◆살아있는 공간, 죽어있는 공간
가령 의사가 있다고 하자.
같은 병원이라도 인술(仁術)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의술을 파는 시장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교실을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는 공간으로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까 저마다의 공간 개념이 다르다. 자기 한 몸 이외의 공간은 자기와 같은 생명이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자기욕망에 따라 이용하고 지배하고 착취해도 무방한 공간으로 생각한다. 자기 한 몸만 살아있는 공간이고 다른 공간들은 죽어있는 공간이다.
세상은 돈벌이를 하는 시장이거나 또는 자기가 출세할 수 있는 무대의 개념이거나 자기가 군림하고 위세를 떠는 공간일 뿐이다. 세상이 죽어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제자식의 마음과도 통할 수 없는 것은 부모가 자기생각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자식마저 타인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자기 몸과 동일시 할 수 있는 공간, 자기생명처럼 가꾸는 자비의 공간, 자타불이의 공간개념이 있다. 사람이 크다 작다고 한다. 자기화하고 있는 공간, 자타를 합치시키고 있는 공간개념의 크기에서 그 사람이 크다 작다는 개념이 나온다. 그것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개념이 아니라 공간개념이다.
어떤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방식을 생각할 수도 있고 나와 너의 이익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도 있다 그리고 나아가서, 나와 너의 이익만이 아니라 제3자의 이익까지 배려하는 방식, ‘ 우리’라는 개념을 전제하고 생각하는 방식도 있다. 나에게만 통할 수 있는 답을 찾을 것이고
나와 너를 생각하는 자는 나에게도 통하고 너에게도 통할 수 있는 답을 찾을 것이고 우리를 생각하는 사람은 우리에 통하는 답을 찾을 것이다.
나만을 생각하는데서 지혜가 나올 리 없다. 잔머리와 꼼수가 나올 뿐이다.
우리를 생각하고 우리 모두에게 통하는 답을 찾는데서 지혜가 나온다. 사실 머리라는 것은 쓰기 나름이다. 자신의 공간개념이 죽어있고 누추하면 누추하게 머리를 쓸 것이고 꼼수 밖에 나올 것이 없다.
공간개념이 살아있다면, 자비의 공간으로 살아있다면 그 반경에 합당한 만큼, 그리고 그 시각이 열린 만큼 머리를 쓰고 지혜가 나올 것이다.
‘ 도(道)가 통한다’고 하는 것도 같은 이야기일 것 같다.
우리 모두에게 통할 수 있는 것, 그게 보편적 진리고 道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통(通)한다는 것, 나와 너가 통하고 우리에게 통한다는 것, 피가 통하듯이 그렇게 공간개념이 살아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달리 말하면 자비의 공간 개념으로 살아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지혜가 성립한다, 옛날 선생들이 재주를 중시하지 않았다. 그 사람의 그릇을 중시했다.
그릇이라는 게 그 사람의 공간개념이다. 일신의 출세를 생각하는 그릇이 있고 천하사를 생각하는 그릇이 있다.
그렇게 그릇이 다르다,
떡잎부터 다르다는 것도 그런 말이다. 이미 그릇이 접시같다면, 거기에다가 아무리 지식과 지혜를 담고자 해도 담겨지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의 그릇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자기 목숨과도 같이 생각하는 자비의 공간이 어느 정도이냐에 달련 것이다. 이점도 하나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공간개념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서 인체의 생리작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마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치국평천하의 마음을 가지는 고로 그 정신기혈이 심원광대하지만 그러나 세인들의 의지혼백은 일신의 부귀를 탐내기 때문에 그 정신기혈이천박하고 얕고 협소하다. 故其精神氣血深遠廣大也. 細人之志意魂魄 以富家貴身爲心 故其精神氣血淺近狹小也) 일신의 부귀를 탐내는 소인들은 기혈(氣血)의 생리작용이 천박하고
세상을 품는 대인들은 그 기혈의 작용이 심원광대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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